시골에서 산다는 것

1년 조금 넘은 –마을에 산지는 2개월 채 안되는– 짧은 시골살이지만 지금까지 느낀 점을 이야기 해본다. 사실 우려스러운 부분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시골 살이, 전원 생활, 귀농/귀촌이 장점만 부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준비와 각오만 되어 있다면 기대를 충족하며 좋은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막연히 낭만과 운치 있는 시골생활만 기대하고 있다면 크게 낙담할 수 있고, 실제로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 가는 분들도 많다.

귀농 교육을 받으며 귀농/귀촌 선배들에게 들은 가장 힘든 점은 이런저런 의미의 ‘텃세’다. 갑자기 타지역에서 이전해 기존 마을사람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없다.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지만 그분들의 아버지, 할아버지, 더욱 더 그 위 세대때 부터 같은 마을에서 알고 지낸 분들의 안으로는 들어 갈 수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한 기대는 생각지도 않고 다만 마을 구성원으로 여기서 오래 사신 분들과 잘 지내자라는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던 나에게는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은 없다. 어려움이 없다고 하기에 좀 그런게 내 성격이 너무나 무디긴하다. 실제 이 부분은 객관적으로 어떻다 이야기 할 수 없다. 마을 자체는 좋은 평판이 있어도 당장 내 옆집에 안맞는 이웃이 있고, 마을의 원로, 이장, 부녀회장과 마찰이 있으면 힘들어 질 수도 있다. 나쁜 평판이 있어도 내가 자주 보는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으면 괜찮은 곳이다. 이런 부분이 감당이 안되면 외떨어진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생활반경을 멀리 할 수 있으나, 시골의 특성상 완전히 벗어 날 수는 없다.

또한 냄새, 곤충, 먼지등에 민감한 분들은 힘들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들은 여성분들이 더 민감하기에 나처럼 홀로 귀촌귀향 살이를 하는 홀아비들이 많다. 냄새가 나도 그냥 어느 집에서 텃밭에 거름 줬나 보다, 집안에 거미나 그리마가 지나가면 얘들은 이집의 수호신이다, 뱀을 보면 뱀인가 보다, 가로등도 없이 칠흑 같은 밤이 되면 어릴 때 처럼 별이 잘 보이네 라는 무덤덤한 마음이면 그리 어려움은 없다.

이외에 대중교통, 편의시설, 서비스, 각종 인프라등 도시에서 당연시 하던 것은 잊고 적응해야 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지만 생활방식, 습관등은 대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 많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과거 한국사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옛날 사람인 나에게는 이질감이 크진 않다. 시골은 변화가 늦다. 뭐 도시도 지역과 분야에 따라 별반 다르지 않은 곳도 많다.

대부분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각각 개인별로 장점이 더 크게 다가오면 좋은 결정이고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오면 오판이다. 단점만 열거 했지만 장점은 티비의 각종 지방, 시골 생활 소개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된다. 단점만 극복하면 장점만이 크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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